국화주[菊花酒] (사시찬요초)
조선시대 문사들 사이에서는 국화주를 벗삼아 시를 짓고, 풍월을 읊는 시주풍류(詩酒風流)를 한껏 즐겼다고한다. 전통가양주는 시주풍류 뿐 아니라 약이주(藥以酒)라 하여 병치료에 이용되었다. 국화주는 아름다운 향기 외에 뼈와 근골을 튼튼히 해주며, 몸이 가벼워지고 말초혈관 확장과 청혈해독의 효능이 있어 장수한다고 알려져 있다.

음력으로 9월 9일을 ‘중양절(重陽節)’ 또는 ‘중구(重九)’라고 한다. 9는 양(陽)의 수인데, 이 양의 수가 겹쳤다는 뜻이다. 이 날은 양기(陽氣)가 아주 강한 날이라고 여겨 명절로 삼았다. 이날 산에 오르는 등고풍속(登高風俗)이 지금까지도 전해오고 있는데, 양의 시원인 태양에 더 가까이 감으로써, 강한 양기를 받아들이게 되어 사악한 기운으로부터 안녕을 도모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또 이날 산에 올라 만산만야 붉게 물든 단풍을 즐겼으며, ‘상국(賞菊)’이라고 하여 주위에 피어 있는 국화를 감상하는 풍속이 있었다. 마을에서도 노인들을 모셔 잔치를 크게 베푸는 동시에 친족끼리 조상에게 시제(時祭)를 지내기도 했다.
중국의 후한 때 여남 땅에 살았던 향경이라는 이가 어느 날 그의 스승 비자방이 찾아와 ‘9월 9일에 액운이 닥쳐 큰 재앙이 있을 것이므로, 이를 면하려면 산수유를 팔에 걸고 높은 산에 올라가서 국화주를 마시며, 잠시 집을 떠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향경이 그의 스승이 시킨 대로 하고, 그 다음날 집에 돌아오니 모든 가축이 죽어 있었다고 한다. 이를 보고 비자방은 ‘짐승들이 사람을 대신하여 죽은 것이다. 국화주가 아니었다면 너희들도 모두 저 짐승들처럼 죽었을 것이다.’고 하여, 중양절에 국화주를 마시는 풍속이 이로부터 유래되었다고 한다.
우리 풍속으로 가정에서는 찹쌀가루 반죽에 산에서 채취해 온 국화꽃잎을 얹어 화전(花煎)을 부치고, 술에 국화꽃잎을 띄워 만든 국화주를 시식으로 즐겼다. 문사들 사이에서는 국화주를 벗삼아 시를 짓고, 풍월을 읊는 시주풍류(詩酒風流)를 한껏 즐겼다. 작고 노랗게 핀 들국화는 감미가 있어 감국(甘菊)이라고 하는데, 이 감국을 따서 씻어 말린 다음 베주머니에 담아 술 위에 띄우는가 하면, 고두밥과 누룩을 버무릴 때 직접 넣어 숙성시킨 방법이 이용되었다.
〈사시찬요초〉에 수록된 국화주는 〈부녀필지〉에서와 같이 화향입주법의 방문을 보여주고 있는데, 숙성되면 황금색이 술 빛깔과 함께 향기가 좋으며, 말간 개미가 떠서 구미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한편, 국화를 직접 버무려 넣어 발효시킨 국화주는 엷은 담갈색의 술 빛깔을 띠는데 국화로부터 오는 그윽한 향기가 있고, 발효 중에 생성되는 여러 가지 화합물은 미지의 성분으로 인해 건강을 도울 뿐만 아니라 그 맛이 새롭다. 어떻든 국화주는 고려시대 때부터 가장 널리 빚어 온 가을철의 가장 대표적인 술이자, 특히 선비와 시인묵객들 사이에서 아직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절기주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국화주 2양주로 빚는 법>
1) 밑술 재료:: 멥쌀 8㎏, 누룩 2.5㎏, 물 18ℓ
밑술 빚는 법
1. 멥쌀을 예의 방법대로 하여 고두밥을 짓고 차게 식힌다.
2. 차게 식힌 고두밥에 누룩과 물을 섞어 밑술을 빚는다.
3. 술독에 밑술을 안치고, 예의 방법대로 하여 3~5일간 발효시킨다.
2) 덧술재료:: 찹쌀 8㎏, 국화(감국) 5g, 물 18ℓ
덧술 빚는 법
1. 밑술이 괴기 시작하면, 찹쌀을 예의 방법대로 하여 고두밥을 짓는다.
2. 고두밥을 풀어 헤쳐서 차게 식힌 뒤 밑술에 물과 함께 섞는다.
3. 밑술과 고두밥이 고루 섞이도록 버무려 빚은 술밑을 술독에 담아 안치고, 5일간 발효시키면 술이 익는다.
4. 술이 익어 밥알이 동동 떠올라 있으면, 국화를 명주주머니에 담아서 술독 안 술 위에 손가락 한 마디만큼 떼어 매달아 놓는다.
5. 하룻밤 지난 뒤에 국화주머니를 거두고 술을 떠서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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